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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이란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며, 자신이 누구인가를 표출할 수 있는 자기만의 고유한 특성에 대한 자기 인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통해 개인은 스스로를 이해하고 또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해하기도 합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시간이 나 공간에 변화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모습이나 사회적 역할 또는 지위가 비교적 고정적이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일관적이고 제한적인 정체성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세컨드라이프는 물리적인 시공간의 제약과 사회적 관계와 규범으로부터 우리의 행동을 자유롭게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상호 작용의 형태를 변화시킴으로써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한 가지의 고정적인 모습보다는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다양한 모습으로의 표현은 일종의 숨겨진 내면의 욕구를 다양하게 표출하는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오프라인의 내가 온라인의 나와 다르다고 해서 꼭 ‘나쁘다’라고 할 수는 없지요. 오프라인에서의 내가 수많은 이미지를 갖고 있고, 다양한 사람들 을 대할 때마다 그 이미지가 약간씩 달라지는 것과 같이 온라인에서 다 양한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은 내재되어 있던 수많은 내가 표출되는 것 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만들어진 나의 아바타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른바 내 욕망이 투영된 일종의 슈퍼맨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상공간 속 아바타는 나의 원초적인 욕망이라든가, 아니면 내가 못했던 것을 이루어주는 내 다른 또 하나의 자아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형태나 양상은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찾는다면, 그것은 ‘숨어있는 나’를 표현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가상세계에서의 정체성의 표현이란 한마디로 숨겨진 그림찾기와도 같은 자신 안에 감춰진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찾아내는 작업일지도 모릅니다. 이들에게는 오프라인의 정체성으로 포장되어 만족할 수 없었고 드러낼 수 없었던 내면의 욕구를 분출하는 공간이 바로 세컨드라이프라는 가상세계인 것이죠.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정체성을 통한 오프라인에서는 할 수 없었던 다양한 행동들은 이들에게 있어 대리만족이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아래는 세컨드 라이프 실제 유저의 이용후기 인데, 온라인에서의 심리적 양상 변화과정이 흥미롭습니다.

 

첫 번째 사례, 외적인 이미지뿐만이 아니다. 세컨드라이프에서 그동안 못했던 ‘센 척’은 혼자 다 하고 온 것 같습니다. 센 척, 있는 척, 예쁜 척 등 평소에 이렇게 ‘척’하는 캐릭터를 몹시 싫어하지만, 가상현실에서 내가 정말 그러한지 아니면 그냥 척하는 것인지 구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설령 그 둘을 정확히 구분하는 사람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그게 뭐 대수랴 싶었다. 이러한 대리만족들을 나뿐만 아니라, 많은 유저들이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두 번째 사례, 이렇듯 가상세계에서의 내면의 다양한 욕구 표출이나 대리만족감이 다른 가상세계보다도 실재감을 더 느끼는 이 유는 세컨드라이프에서 만들어지는 전신상의 아바타와 이를 이용한 다양한 행동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세컨드라이프에서 창조되는 아바타는 더욱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아바타를 통한 정체성 이입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세컨드라이프 사용자들에게 있어서 아바타는 오프라인에서 할 수 없는 행위들에 대한 대리자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되고 싶어 했던 하나의 이상형을 제공하는 기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바타를 통하여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일들이나, 자신이 바라는 일들을 대리 만족하는 즐거움을 경험하면서 또 다른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들에게 있어 가상세계에서의 정체성은 아바타를 통해 자신을 이입시킴으로서 오프라인의 나를 대신하는 역할을 합니다. 더욱이 기존의 텍스트 중심의 가상공간에서 부족하던 비언어적 단서나 기호를 제공함으로써 정서적 표현이 풍부해지고 정체성에 대한 실재감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아바타는 이들에게 대리 자아로서 오프라인의 정체성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각자의 정체성이 투영된 아바타에게 보이는 애착과 몰입감은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죠. 그러나 오히려 오프라인의 자신의 실제 모습을 은유하는 정교한 실사적인 아바타 등을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자신들이 현재 갖고 있는 오프라인의 한계와 약점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과 같아 오프라인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아바타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가상공간의 익명성을 바탕으로 오프라인에서 고정화된 성별을 성 변환(gender swapping)을 통해 오프라인과는 완전히 다른 주체로서의 가상 자아를 창조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성별 전환 혹은 오프라인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아바타를 통한 온라인 정체성을 구성할 수 있는 것은 가상공간의 특성인 익명성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가상공간에서의 익명성은 오프라인 공간의 구속이나 제약을 탈피하여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과 욕구표출을 가능하게 하게도 하지만, 또한 부정적인 입장에서 보면 가상세계 안에서 오프라인 정체성의 해체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세컨드라이프 안에서 벌어지는 플레밍현상(flaming effect)과 같은 가상공간에서의 무분별한 폭력적 언어와 일탈적 행동을 지적하면서 다양하고 가변적인 새로운 온라인 정체성을 진정한 의미의 자아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온라인 정체성은 오프라인 정체성이 바탕이 되어 투영됨으로써 구성되는 것이며, 익명성을 바탕으로 좀 더 솔직하고 대담하게 보여주지 못했던 숨겨진 욕구를 표현하기도 하며, 오프라인에서는 갖고 있지 못한 것들을 표현하는 또 다른 자신의 주체라고 생각합니다. 세컨드라이프에서의 정체성과 오프라인에서의 정체성, 그 둘을 비교했을 때, 180도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상공간에 아바타를 만들고, 이름을 붙이고, 겉모습을 꾸미는 과정에는 내 정체성이 유감없이 드러나죠. 각자의 개성과 취향 역시 정체성의 반영이기 때문입니다. 행동과 말투 역시 사용자의 정체성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다만, 익명성이 보장되고 현실 세계와 달리 자유로운 가상세계에서 좀 더 솔직하고 대담해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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